계해년(1443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正音) 28자(字)를 처음으로 만들어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사물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를 만들되 고전을 모방하고, 소리로 일곱 가지 음(音)을 맞추었다.삼극(三極)의 뜻과 이기(二氣)의 오묘함을 모두 포괄하여 28자만으로 전환이 무궁무진하였다.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정밀하면서도 막히는데가 없었다.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반나절이면 이를 이해하고,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게 된다.이 글자를 가지고 옛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송사(訟事)를 청단(聽斷)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자운(字韻)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쓰고 싶은 말을 표현하지 못할 것이 없고, 어디를 가든지 통하지 못할 것이 없어서,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의 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